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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일상 이야기

나의 아토피 이야기. 프로토픽. 사이폴엔. 스테로이드

by zeppa 2019.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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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중증 아토피안이다.

거의 평생을 앓아 왔고, 아토피의 끝판왕까지도 경험했었다.

지금은 (물론 계속 좋았다 나빴다를 반복하지만) 어느정도 사회생활 할 수 있는 수준을 유지하며 살고 있다.

 

굳이 언급하기도 싫은 나의 치부에 대해 쓰기로 생각한 이유가 있다.

 

저번에 동네 편의점에 갔다가 고등학생~20대초반 으로 보이는 여자 알바생이

심한 아토피를 앓고 있었다.

한창 이쁠 나이, 뾰루지 하나에도 민감해할 여자가 연신 긁고 각질을 뜯고 있는 모습을 보자니

안타깝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해서 뭐라 말을 붙이려다 참았다.

아무리 동변상련이라 해도 생판 모르는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부분에 대해 얘길 나누자 하는건

실례일수도 있고 쓸때없는 오지랖 같아서였다.

오래전 아토피로 병원에 갔는데 마스크와 큰 챙을 가진 모자를 눌러쓴 여자애가,

간호사가 말만 걸어도 울음을 터뜨리던 모습이 생각나서이기도 했다.

 

어쨌든 상태를 보아하니 별다른 치료 없이 그저 방치하고 있는듯 보였다.

한때 나도 그랬던것처럼.

 

그래서 지금까지 내가 경험한, 경험하고 있는 아토피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서론이 길었는데 이 글을 읽고 있는 분이 있다면 아토피에 대한 정보를 얻고자 왔을테니

본론으로 들어가겠다.

 

1. 프로토픽

프로토픽

필자가 사회생활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가장 큰 역할을 한다.

이 연고 덕분에 얼굴만 봐서는 아토피인지 모른다.

별다른 부작용이 없다. (내성도 없다)

비슷한 연고로 엘리델이 있는데 필자는 프로토픽이 더 맞았다.

얇은 피부에만 적합하기 때문에 얼굴, 목에만 쓴다.

필자는 이 연고가 국내에 알려지기도전 미국에서 공수해와 20년째 쓰고 있다.

 

보통 이 약을 처방받으면, 하루에 두번 매일 바르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나만의 방법대로 쓴다.

아무리 좋은 약도 장기간 쓰면 효과가 있을리 없다.

어떤이는 3년을 하루도 안빠지고 매일 발랐다며 약이 소용없다고 하더라.

무식해도 정도가 있어야지.

 

필자는 가려움이 느껴지기 시작하거나 각질이 스멀스멀 올라오려 할때

그때 발라준다. (어, 좀 나빠지려 하는거 같은데? 느낌이 올때가 있다. 알잖아?)

이 약의 특징은 처음 바를시 약 2시간 정도 지나면 사우나에 온듯한 열감과 함께

가려움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내성이 없다보니 오랜만에 발라도 처음 바를때와 똑같은 증상을 보인다.

이 가려움을 참으려 했다간 오히려 화를 부른다. 절대 참을 수 없는 가려움이 온다.

그래서 가려워질때쯤 비눗물로 깨끗이 씻어낸다.

그리고 다음날 다시 발라주면 열감도 훨씬 덜하고 가려움은 없다.

이렇게 3일정도만 발라준다.

그럼 이틀 정도 지나면 말짱해진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바르는 타이밍이 늦어 각질이 좀 많이 생긴 상태라도

따뜻한 물에 슬슬 각질을 벗겨내주면 된다.

 

바르는 주기는 매번 다르다.

몸의 컨디션(아토피의 나빠지는 정도)에 따라 한번 바르고 몇달을 버티기도 하고

일주일만에 다시 발라줘야할때도 있다.

 

물론 누구에게나 필자와 같은 효과를 보이는건 아닐것이다.

 

2. 사이폴엔

사이폴엔

온몸에 진물이 줄줄 흘러내리는 아토피 최악의 단계에서 병원엘 찾아 처방 받고

살아나게 해준 약이다.

알아보면 엄청 다양한 부작용을 동반하는 약이다.

그중에 가장 신중하게 보는 부분이 신장에 부담을 주는 부작용이다.

그래서 이 약을 복용할땐 정기적으로 혈압 체크와 병원에서 피검사를 받아야 한다.

누군가는 먹으면 안되는 위험한 약이라고 설레발 치는데

필자는 이 약을 1년반을 먹었으며 단 하나의 부작용도 겪은적이 없다.

딱 하나 겪는 부작용이 있는데 약을 먹은지 5분도 채 지나기 전에

속이 거북하다. 30분 정도 지나면 없어지지만.

처음엔 좀 곤욕스러울만큼 거북했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대수롭지 않은 수준이다.

 

학계에선 당초 이 약의 최대복용기간을 6개월로 정했었는데

어느정도 데이타가 쌓인 지금은 2년정도까진 괜찮다고 한다.

 

필자는 1년반을 먹은 이 약을 두어달 전부터 끊었다.

의사의 처방대로 하루에 100mg를 복용해 왔는데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하는 몸의 상태를 보아하니

100mg으로는 효과를 못보는것 같아서였다.

끊고 보니 역시 생각대로 상태의 변화가 없었다.

사회생활 하는데 문제 없을정도의 상태라 끊고 유지해보는 중이다.

 

상태가 매우 안좋고 사이폴엔 같은 약을 써보지 않는 사람이라면

처방 받아 복용해보기 바란다. (물론 결정은 의사가 하는것이다)

 

호전시키려면, 일단 상태를 어느 정도 끌어올려야 한다.

그런 후 유지 시키는 방법을 써야지

항히스테민 같은약 백날 먹어봐야 아무 소용 없다.

 

 

3. 스테로이드

 

드라마틱한 효과를 주지만 내성 만렙 스테로이드 되시겠다.

'탈스테로이드' 라고 해서 스테로이드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용어도 있다.

아는 사람들은 보통 절대 의존해선 안되는, 쓰면 안되는 약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스테로이드도 적재적소에 제한적으로 써주면 매우 좋은 약이다.

데타손 연고

스테로이드는 거의 무조건적인 리바운드를 가져온다.

사용하다 끊으면 전보다 더 나빠지며, 효과도 반감 된다.

그래서 점점 강한걸 찾게 되고, 상황은 악화 되어 간다.

 

분명히 알아둬야할점은,

적어도 우리가 써야할 스테로이드는 몸의 상태가 안좋을때 쓰는게 아니다.

안좋았던 아토피가 분명히 호전되고 있는걸 느끼고 있을때,

그때 부분적으로 더디게 호전되는 부위에 써주면

리바운드가 훨~~씬 적게 온다.

 

필자는 한때 온몸의 상처와 진물로 거의 자살 직전까지 갔었는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다짜고짜 매일 1시간씩 뛰기 시작했다. 걷기만 해도 아픈 피부를 이악물며.

그냥 뛰는게 아니라 정말 숨이 턱까지 차오를만큼 뛰었다.

아픈탓에 활동량이 극도로 줄어 기초체력이 바닥이었던지라

첫날엔 5분만에 과호흡이 왔다. 걷기를 반복하며 뛰었다.

다행히 겨울로 접어드는 쌀쌀한 날씨여서 땀은 나지 않았다.

뛰고 나선 극악의 쓰라림을 참아가며 샤워까지 했다.

하루 하루 숨이 차오르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는걸 느꼈다.

 

일주일만에 무슨짓을 해도 뿜어져나오던 진물이 딱 멈췄다.

이때부터 나날이 호전 되는게 눈에 보였다. 상처들도 아물어 갔다.

하지만 가장 안좋았던 발은 너무 더뎠다.

여기서 강한 스테로이드 연고를 발에 발라주었다.

약의 효과를 본 후 바로 중단 했다.

하지만 리바운드는 없었다. 몸의 상태가 전체적으로 호전되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것이 스테로이드를 써주는 타이밍이다.

 

 

4. 듀피젠트 (듀필루맙)

 

듀피젠트

오랜 임상시험끝에 최근 시판된 듀피젠트다.

인슐린 주사 마냥 2주에 한번씩 피하지방에 주사를 놓는 방식이다.

면역에서 염증유발인자인 인터루킨을 차단시킴으로써

근본적으로 아토피의 증상을 호전시킨다.

알려진 부작용은 가벼운 감기 정도다.

본래 천식치료를 위해 개발 되었는데 아토피에도 효과를 보인다.

 

의사에게 듣기로는 인터루킨 IL-13이 기생충 감염시 발동하는 면역체계의 역할도 하는지라

기생충 감염에 주의해야 한다고 들었었다.

하지만 요즘 시대에 민물생선 함부로 먹을때 말곤 기생충 감염에 노출되긴 힘든지라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필자는 이와 유사한 기전으로 작용하는 리브레키주맙이란 주사제의

서울대병원 임상시험에 참여했었고

매우 매우 매우 눈에 띄는 효과를 보았다.

몸 전체의 피부가 깨끗해짐은 물론 하루종일 단 한번의 가려움도 느끼지 못했던 날도 있었으니...

잠시나마 '이러다 아토피가 다 나아버리는거 아냐???' 했었다...

듀필루맙과 다른점은 듀필은 2주마다 주사를 맞고

리브레키는 한달에 한번 이었다.

 

어쨌든 듀필루맙은 임상시험에서도 매우 높은 효과를 보였다.

필자도 쓸 수 있다면 쓰고 싶다.

 

문제는,

 

1년에 3만7천불. 약 4천만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약값이다.

보험적용을 해달라는 청원도 올라갔다 들었는데 미지수다.

 

 

5. 샤워

 

보습이 중요하다는 말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봤을텐데,

샤워를 자주 하면 안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것 같다.

 

필자의 경험으로 얘기하자면,

샤워는 가급적 매일 해주자.

하루라도 거를수록 피부는 더욱 건조해지며

건조해지는 만큼 가려움이 동반 되고 피부가 상한다.

 

 

6. 한방

 

- 어디까지나 필자 개인의 생각임을 밝힌다 -

나는 한의학을 불신한다.

물론 몸에 맞는 사람도 있겠지.

하지만 어렸을적부터 용하다는 한의원, 한방병원부터 안먹어본 한약이 없을 만큼

경험해본 필자의 결론은 그렇다.

 

진맥으로 체질마다 그에 맞는 처방을 한다?

한의사로써 자부심을 가지고 임하시는분들에게 죄송하지만 개소리다.

어떤곳을 가도 체질에 따라가 아니라 병명에 따라 그냥 지들이 정해 놓은 약재 처방을 한다.

(특히 큰 곳일수록 더하다)

한의원 마다 병명에 처방하는 약재가 다르다는것도 이해할 수 없다.

그 큰 경희대 한방병원의 모한의사. 진맥도 안짚더라. (차라리 이게 더 정직한가?)

문진이라곤 여름과 겨울 언제 더 심하냐 뿐이었다.

하루종일 많은 환자들에 지쳐서인지 몰라도

난 수없이 거쳐가는 환자들중 하나처럼 기계적으로 대해졌다.

한약 첫날부터 설사 크리 터져서 전화 했더니 복용양을 반으로 줄이랜다.

일주일 먹고 다 버렸다.

아토피고 나발이고 그 한의사는 첫 만남부터 신뢰를 갖지 못했다.

 

아마 많은 한의사들은 생각도 못하고 있을거다.

단순한 진맥을 하는 행위도, 그 따스한 스킨쉽에 환자가 위안을 받는다는걸.

특히 자기 조차 혐오 하는 피부병을 가진 사람에겐 자기 피부를 만져주는 행위가

얼마나 큰 위안과 안정을 주는지를.

 

또 한방에서 절대 빼먹지 않는 말이 '해독' 이다.

한약을 먹기 시작하면 매우 심하게 나빠지는 경우가 있는데

하나 같이 독소가 빠지는 과정이랜다.

그런데 처음부터 해독 얘기 하지 않는 한의사가 부지기수다.

한약 먹다 나빠지면 그제서야 해독 과정이라고 언급한다.

그 비싼 한약을 먹어가며 독소를 뺀답시고 그 고통을 겪는다.

과연 그 '독소'가 빠져나간후 좋아지는가?

아니, '독소'가 빠져나간건 맞나?

대부분은 만신창이가 된 채 포기한다.

 

 

여기까지가 아토피에 대한 나의 경험이다.

아토피라는게, 참 종잡을 수가 없다.

바이오리듬 마냥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하는데,

난 평소 생활에서 그런 변화를 줄만한 생활이 없다.

거의 일정한 생활에, 먹는것도 언제나 같은곳에서 규칙적인 시간에 먹는다.

애당초 뭔가 예방이랄게 없는 녀석이다.

 

언제나 나을 수 있으려나... 결혼은 일찌감치 포기 했고...

현재 상태정도만 유지 되어도 감지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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